ILIN IAN CHOI 최일인 목사의 교회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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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7-11-23 (금) 06:52

ㆍ조회: 943

졸음 퇴치법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하니 비는 올 것 같진 않고,
그래도 차 안에 있으면 더움을 느끼기에 에어컨을 틀어야 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에라 환기구멍이나 열어놓자, 하고 환기 구멍을 조금 열어 놓았다.
사실 이놈의 환기 구멍은 편하면서도 불편한 그런 존재이다.
공기 오염이 심각한 도심에서 앞에 가는 대형차량들의 매연이 그대로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차 안도 지저분해 지고, 나의 건강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최소한 도심에서는 열고픈 마음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아직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틀기에는 너무 이르고.
결국 조금만 참자 하면서 그냥 어느 정도의 더움을 이기고 간다.
그러자면 어느 듯 졸음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올림픽대로 잠실에서 공항방면 동작대교 부근은 만성 체중지역.
차는 나갈 생각을 안하고 있지, 덥기는 덥지.
어느 듯 졸음이 스르르... 에라 자자.
그러다 보면 뒤차가 빵빵대겠고, 그 소리에 깨서 가면 되지, 하면서 잠 아닌 졸음을 즐긴다(?)
"빵빵"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 있게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넣고,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에구 졸음을 쫓을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만.

FM 93.1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들으며 경인고속도로를 달려간다.
나른한 오후 시간에 편안하게 주무시라고 그런지, 가끔은 차분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이때를 틈타 졸음은 다시 한번 나를 공격해 온다.
때로는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관현악곡이 나오기라도 하면,
자기가 무슨 킹스 싱어즈(King's Singers)라도 되는 양 모든 악기소리를 다 내가며 따라하곤 한다.
그야말로 좁은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발광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보면 그런 짓을 하는 나를 보고 잠이 깰 것이다.
참나. 내 졸음은 쫓을 줄 모르고 남의 졸음만 쫓아 주고 있다니.
그러고 보면 나도 희생정신이 꽤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드디어 나도 졸음을 쫓을 일이 아니, 나갈수 밖에 없는 일이 눈 앞에 나타났다.
카!!!
역시 노력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있다고(이런 말도 있나? 누가 이런 소리했지?)
고속도로(경인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육교 가운데 한 육교 위에서,
그것도 어느 한 사람의 모습이 나를 졸음으로 부터 해방 시켜준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들고 아래 위로 훓어 보며 뭔가 불만인듯한 행동을 (말소리는 들리지 않기에) 하고 있다.
집어던지려고 하다가 그냥 하늘로 들어 올리고,
뭐라고 투덜투덜 대는 것 같더니 그것을 막 쓰다듬어 주고.
발길을 한 번 걷어 차는 시늉도 하고...
아마도 뭔가 심사가 뒤틀려 있든지, 기분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하면서 생각하다가 어느새 그 육교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같은 행동을 하였고, 그때까지도 나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그저 졸음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참나!
아주 간단하고 별 것 아닌 것이 졸음을 쫓아 줬네.
.....
철가방 아저씨 감사합니다!

1993년 04월 22일 오후 5시 30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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