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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일인
ㆍ작성일 2005-06-30 (목) 07:51
ㆍ조회: 845  
부부 = '만종'의 부부학

유럽 회화 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는 그의 이름으로 보다 "만종"이라는 작품으로 더 깊이 각인 되어 있다.
"씨 뿌리는 사람" "이삭줍기" 등에서도 보듯 그의 작품 세계에는 종교적 정감이 감도는 서정성이 듬뿍 담 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고향의 품을 연상하게 한다.
몸소 농사를 지으면서 대지와 숙명적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농민 생활의 모습을 그림으로 옮 겼던 그는 시적 정감과 우수에 찬 분위기를 독특하게 연출해 내기도 한다.
"저녁 기도" "실 잣는 여인" "팽이 가진 남자" "젊은 어머니와 아기" 등의 작품 제목은 그의 관심사 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평론가들은 밀레를 천재 화가로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위대한 화가로 부르기를 주저 하지 않는다.
당시의 비참한 현실 세계를 스스로 깊이 공감하고 그 공감된 세계를 전달하는데 탁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가난과 모진 싸움을 벌였고 비참한 현실을 도피하기 보다 그 문제를 직시하려고 몸부림쳤다.
그의 이런 삶의 자세가 배여 있는 까닭에 그의 그림은 한결 같이 작품을 대하는 이들에게 격려와 도전을 준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만종"(1859)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 히는 이 그림이 그토록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에는 가정과 부부 생활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첫째, 일과 휴식이 있다.
밭에서 함께 일하는 부부의 모습은 매우 신선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하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마지막날에 자신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두 가지 사명을 주셨다.
하나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생물학적인 명령이고 다른 하나는 땅을 정복하고 만물 을 다스리라는 노동의 명령이었다(창1:28).
노동에 대한 명령은 타락 이후 인간에게 주어진 죄 의 형벌은 아니었다.
사람은 창조될 때 일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아 창조되었으므로 일할 수 밖에 없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이 아무 일도 않고 그저 편안하게 무위도식을 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 담은 창조되자 마자 일을 했다 (창2:15,20).
즉 일함으로써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었고 그의 명령에 순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일 자체를 거부하고 싫어한다.
어느 사이 일은 형벌로 다가온다. "목 구멍이 포도청"이라, 혹은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을 고역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여기에 인생의 비극이 자리잡고 있다.
일터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더군다나 노동할 수 있는 건강이야말로 특권 중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일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더군다나 성경은 현숙한 여인을 소개하면서 "노동의 여인", 즉 일하는 여인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양털과 삼을 구하여 부지런히 손으로 일하며... 밤이 새기 전에 일어나서 그 집사람에게 식물을 나눠주며 여종에게 일을 정하 여 맡기며 밭을 간품하여 사며 그 손으로 번 것을 가지고 포도원을 심으며... 힘으로 허리를 묶 으며 그 팔을 강하게 하며... 밤에 등불을 끄지 아니하며... 손으로 솜뭉치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 락을 잡으며..."(잠31:13-19). 성경은 말한다.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 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전 9:10).


둘째, 부부의 사랑이 있다.
사람이 결코 물질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진정한 행복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림 속의 두 부부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은 그 사랑을 엿보게 해준다.

미국의 유명한 잡지 '라이프(Life)'지의 사진기자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 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안의 식당으로 갔다.
그가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에 한 노부부가 들어왔다.
노부부는 서로를 부축해 가며 사진기자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행색은 매우 초라했으나 얼굴은 밝아 보였다.
"비스킷과 차 한 잔을 주시오."
노인은 주문을 하는 동안에도 아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노부부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했다.
잠시 후, 주문한 비스킷 한 접시와 차 한 잔이 나왔다.
남편이 먼저 비 스킷을 들어 천천히 씹어 먹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차를 조금 마시더니 다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비스킷 한 조각을 겨우 먹고 나더니 입 안의 틀니를 뽑아 내는 것이었다.
노인은 정성스럽게 틀니를 닦아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틀니를 자연스럽게 입안에 넣고는 비스 킷을 먹었다.
남편은 아내의 비스킷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이 광경을 지켜본 기자는 그만 목이 메어 더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사진기자는 두 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지하철 식당에 다정히 앉아 있는 이 두 노인의 모습은 '아름다운 참사랑'이란 제목으로 '라이프'지에 실렸다.

L. 로보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어디에서건 피어난다.
사랑은 폭력을 완화해 주고 불쾌한 것들을 멀리 함으로써 불행과 고통을 덜어준다.
이러한 자세는 참다운 삶을 살게하고, 고통스런 환경을 무난히 극복하게 한다.
" 사랑은 모든 고통과 아픔을 뛰어 넘는다.
사랑 속에서 삶은 완성된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 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잠15:17).


셋째, 은혜와 믿음이 있다.
함께 일하던 부부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손을 멈추고는 두손을 모아 기도한다.
기도란 하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행위이다.
E.M 바운즈는 말했다.
"성품에 있어서 그리 스도를 가장 온전하게 보여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세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의 삶의 뚜렷한 특징으로서 하나님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 던 사람들이다."
일손을 멈추고 기도할 줄 알았던 "만종"의 부부, 그들이 머물러 기도했던 그 자리는 성소였다.
거룩한 장소란 지역적, 물리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바로 그 자리가 성소가 된다.
가정 안에 기도가 있을 때 가정은 성소로 바뀐다.
부부 사이에 기도가 교류할 때 부부 관계는 성스러운 관계로 바뀐다.
그리고 은혜와 평강이 넘치게된다.
"만종"의 부부에게서 배워야 할 중요한 가치들 - 일과 쉼, 사랑, 믿음과 은혜 - 이 오늘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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