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 IAN CHOI 최일인 목사의 교회음악 이야기

ㆍ작성일	2010-11-20 (토) 05:35

ㆍ조회: 644

음악이 사라진 FM

음악이 사라진 FM출처http://news.nate.com/view/20101118n25893
음악 | 서울신문NTN (뉴스) 2010.11.18 19:44

- 우리나라 FM 라디오에서 음악이 사라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한 10년전, 혹은 그 이전부터 이미 FM 라디오에는 음악 대신 DJ와 게스트의 수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원래 사람의 말소리는 음질이 안 좋아도 (즉 잡음이 좀 섞여있어도) 식별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데 반해, 음악은 음질이 지나치게 조악하면 듣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는 고주파수 FM은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 그리고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AM은 뉴스, 시사토론, 스포츠 중계, 청취자 사연 소개 및 DJ와 게스트의 수다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경우 FM과 AM의 이러한 방송 내용 구분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FM과 AM 방송의 차이는 DJ와 게스트의 나이가 어리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 밖에 없는 것 같다.

- 그러면, 우리나라 FM에서 왜 음악이 사라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대다수의 FM 청취자들이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보다 DJ와 게스트 수다 위주의 프로그램을 더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들이 싫어하는데 AM과 별로 구분도 안되는 수다 위주의 프로그램을 계속 내보낼 만큼 방송국들은 바보가 아니다.

-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해보자. 왜 FM 청취자들은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보다 수다떠는 것 위주의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필자가 생각해 본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1.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음악 자체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가 싶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라디오는 그 시대에 가장 잘 나가고 인기 있는 음악, 혹은 인기를 얻을 것 같은 음악을 주로 튼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Airplay, 즉 라디오 방송 횟수 집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주류 (소위 '메인스트림 (mainstream)' ) 음악들에는 음악적인 요소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더 큰 비중으로, 시각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필자도 Kara를 참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 '미스터'를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멋지고 쿨한 무대 의상과 매력적인 엉덩이 춤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없는 그들의 음악은 뭐랄까, 그 매력을 많이 잃어버리는 것 같다. 원더걸스의 'Tell Me' 같은 경우에는 아예 노래를 듣고 나서는 '아니 이 노래가 왜 그렇게 인기?'라고 생각했다가 뮤비와 춤을 보고 나서야 '아, 이래서 이렇게 인기가 있구나!'라는 것을 느낀 경우고, 소녀시대의 'Gee', '소원을 말해봐' , 4 Minute의 'Muzik' 같은 노래 역시 노래만 들어서는 밍숭맹숭 별 느낌이 없다.

그러니, 청취자들이 라디오에서 인기 음악을 듣는 것이 예전만큼 크게 즐겁지가 않게 된 것이다. 최근 인기 있는 노래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면 노래가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가 없으면 음악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것. 그러니 사람들이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그다지 원치 않게 된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이 음악계의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한 90년대 중후반부터 FM에서도 슬슬 음악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제법 크다.

2.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할 이유일지도 모르는) mp3의 등장이 있겠다. mp3라는 형식이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음악 감상의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대중음악 산업 전체에 정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는데, 역시나 대중음악 산업의 중요한 일부분인 라디오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mp3 플레이어에는 이전까지의 음악 감상의 수단이던 tape이나 CD의 수록곡보다 수배, 수 십배, 혹은 수 백배나 많은 곡을, 그것도 자기가 듣고 싶은 곡만 골라서 비교적 쉽게 담을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게다가 휴대폰에서 mp3 화일 재생이 가능해지면서 플레이어 자체가 워크맨이나 CDP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이 되었고, 별다른 장치 없이 스피커만 있으면 컴퓨터에서 재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그 보편성의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요즘 가게를 가보면, 라디오나 CD를 틀어놓기 보다는 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를 이용해서 mp3를 재생시켜 놓은 곳이 대부분이며, 가게 뿐만 아니라 음악 청취가 가능한 크고 작은 사업장이나 사무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수 백곡에서 수 천곡씩 담겨있으니 테이프나 씨디처럼 금방 질릴 이유도, 갈아끼우느라 불편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런 곳들이 예전엔 대부분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던 곳이지만, 이제는 훨씬 더 간편하고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곡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이제 음악은 정말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굳이 라디오를 틀 필요도 없고, 그 라디오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억지로 들을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아무 때나 쉽게 음악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되다보니,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더 이상 음악을 원치 않게 된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이것은 어찌보면 FM에서 음악이 사라진 덕분에 나타난 현상에 가까운데, DJ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예전에 FM에서 DJ를 하려면 음악 전문가, 혹은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 지식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여전히 그러한 지식과 전문성이 DJ가 가져야 할 꽤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차 FM에서 음악을 원치 않게 됨에 따라, 음악을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재미있게 하고 웃겨줄 수 있는 사람, 혹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DJ를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팬덤을 공략하여 청취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DJ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DJ들은 주로 AM에서 한 자리 차지하면서 수다로 청취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FM도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도 뚜렷하고 음악에 대한 애정과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김광환, 김기덕, 배철수나 윤종신, 혹은 윤상 같은 사람은 이제 DJ로는 별로 매력이 없다. 대신, 외국 가수의 이름마저도 제대로 못 읽어서 작가나 피디가 한글로 써 줘야만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이해도나 지식 같은 것이 별로 없는 박명수, 꽤 오랫동안 DJ를 하면서도 요즘 인기 있는 가요나 가수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는 현영, 아니면 강인 (지금은 군대갔지만)이나 태연처럼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아이돌 스타들이 FM의 DJ로 나서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DJ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자신이 모르는 음악 이야기보다는 자기 자랑이나 웃기는 이야기, 혹은 게스트와의 수다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고, 그나마 남아있던 충성스러운 FM 음악팬들 마저 '요즘엔 들을 프로그램이 없어!'라는 말을 하면서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성 없는 DJ들의 잘못이 아니다. 시대가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일 뿐.

- 산업의 변화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결국 FM에서 음악이 사라지고 수다만 늘어난 것도 음악 산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따라서 다시 예전과 같은 음악 중심의 FM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끔은 박명수의 두데를 들으면서 킥킥대고 즐거워하긴 했지만, 30분에 노래 두 세곡 나올까 말까하는 수다 전문 방송보다는 '정통 FM 방송'이 자주 그립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가 그만큼 늙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진짜 옛날이 더 좋았기 때문일까.

ps) 고전적인 스타일의 '정통 FM', 즉 DJ와 게스트의 수다보다는 음악 위주로 방송이 나가는 FM이 하나 남아있긴 하다. 93.9 CBS FM. 다만 이 방송은 서울/경기 지역 외에서는 안 나온다는 것이 약점.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이규탁 뮤직 에디터 funky829@naver.com

http://pann.news.nate.com/info/25007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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