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 IAN CHOI 최일인 목사의 교회음악 이야기

ㆍ작성일	2010-12-09 (목) 08:53

ㆍ조회: 638

[최용재] K리그를 사랑한 어느 시골 소녀 이야기

기사전송 2010-12-08 09:00

이 이야기는 2010년 9월24일 전라남도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광양시에서 시작된다.

나른한 오후. 광양의 '자랑' K리그 전남 드래곤즈 구단 직원들은 배고픈 배를 움켜쥐며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빨리 배고픔을 잊기 위해 발길을 재촉할 때 한 직원이 전남 구단의 차량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운전석 창문에 꽂혀있던 노란 쪽지를 발견했다.

자동차의 창문에 꽂혀있는 쪽지라. 대부분의 예상은 같다. 대리운전 혹은 술집 광고 등이다. 이런 쪽지를 발견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동도 같다. 짜증나는 표정으로 쪽지를 꾸깃꾸깃 접으며 사정없이 던져버린다.

하지만 그 쪽지를 발견한 직원의 표정과 행동은 달랐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쪽지를 고이 손에 들고 다른 전남의 직원들에게 달려가 보여줬다. 쪽지를 본 직원들 역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 쪽지에는 K리그를 사랑하고 전남 드래곤즈를 사랑하는 한 여고생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안녕하세요^^ 축구에 아주 관심이 많은 고3 여학생입니다. 여기에 이런 걸 붙이는 게 많은 실례가 된다는 것을 알지만요. 그래도 전남 드래곤즈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남깁니다^^ 수능이 이제 55일밖에 남지 않아서 요즘에 독서실을 다니고 있는데 걸어갈 때마다 전남 드래곤즈 건물이 보이더라고요ㅎㅎ 음! 아무튼 내일 25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전남이 꼭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기는 못 보지만ㅠㅠ 전남 드래곤즈에 좋은 일만 있길! 파이팅♥'

한 소녀의 순수한 마음, 전남을 사랑해주는 마음, 그리고 작은 정성. 전남 직원들은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쪽지는 전남의 선수들에게도 전해졌고 선수들 역시 이 소녀의 진심어린 마음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한통의 쪽지로 인해 전남 전체가 유쾌한 힘을 얻은 것이다.

유리 구두를 흘리고 간 신데렐라를 찾아 헤매듯이. 전남은 이 소녀를 찾기로 했다. 구단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렸고, 여기저기 수소문 했다. 꼭 찾아내서 소녀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소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소녀는 소식이 없었고 전남이 알고 있는 단서는 광양에 사는 고3 여학생이라는 것뿐이었다. 광양에 살고 있는 모든 고3 여학생을 조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쪽지 한통으로 소녀를 찾기에는 정말 K리그 우승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9월이 지나가고 10월도 지나갔다. 그리고 11월이 찾아왔고 수능시험도 치러졌다. 애타게 기다렸지만 진전은 없었다. 전남이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속으로라도 그 소녀가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수능시험이 있은 지 2주가 흐른 어느 날. 전남은 드디어 그 소녀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소녀가 전남의 클럽하우스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번에는 이름과 소속 등이 적혀 있었다. 전남이 찾던 신데렐라는 광양제철고 3학년 박유정양이었다.

박유정양은 편지에 '선수단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기 위한 마음이, 오히려 수능을 앞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능 당일 추운 아침부터 응원해준 선수들 덕분에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었고 저 같은 행운아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경기장을 방문해 전남 드래곤즈를 응원하는 열혈 서포터즈가 되겠습니다'라고 썼다.

신데렐라를 찾은 전남의 직원들과 선수들은 가만있을 수 없었다. 박유정양이 보내준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전남 최고의 '스타' 아시안게임의 '히어로' 그리고 '꽃미남' 지동원과 윤석영이라는 선물이다. 이들이 광양제철고를 방문해 박유정양에 선물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2월3일 오전. 미리 담임선생님을 통해 조회시간을 파악한 지동원과 윤석영은 조회시간에 맞춰 광양제철고에 입성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박유정양의 교실에 난입했다. 낯선 이들의 등장에 의아해하던 학생들은 이들이 지동원과 윤석영인 것을 파악하자 여고생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괴성을 질렀다.

지동원과 윤석영은 박유정양을 만나 감사의 꽃다발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그리고 박유정양을 꼭 껴안아주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박유정양은 수줍게 품에 와락 안겼다. 같은 반 친구들도 스타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사인을 받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렇게 한 통의 쪽지로 시작된 K리그를 사랑한 어느 시골 소녀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한 통의 작은 쪽지 하나가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자신이 함께 숨 쉬는 장소에 있는 K리그 클럽에 자긍심을 가지며 사랑하는 박유정양의 순수한 마음. 그리고 한 명의 팬을 위해 고마움을 표현한 전남 드래곤즈. K리그를 통해 전남과 박유정양이 주고받은 사랑이 많은 이들에게 미소를 선물했다.

K리그를 사랑해 달라. 거창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작은 정성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만끽할 수 있다. 앞으로도 K리그에 미소를 던져 줄 수 있는 구단과 팬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http://news.nate.com/view/20101208n0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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