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 IAN CHOI 최일인 목사의 교회음악 이야기

ㆍ작성일	2005-07-05 (화) 14:04

ㆍ조회: 809

◆ 몸은 고되지만 이런게 행복 ◆

◆ 몸은 고되지만 이런게 행복 ◆

서울 신길동에 사는 김경옥씨(56)는 매주 목요일마다 관악노인종합복지관을 찾는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목욕시켜 드리기 위해서다.

이곳 할머니들은 대부분 복지관 인근에 사는 노인들이다. 또한 혼자 외롭게 사는 독거노인이나 중풍 등 병치레를 겪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다. 아파도 약은 물론 하소연할 데도 없는 분들이다. 김씨가 1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할머니들의 몸을 씻겨주기 위해서.

자신도 어느새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는 김씨는 벌써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복지관을 찾기 전에도 성당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김씨는 "그냥 노인들이 부모같아서 몸을 씻겨드리게 됐다"고 말한다.

"한 번 올 때마다 열 분 정도 씻겨드리죠. 한 분 한 분 정성스레 목욕을 시켜 드리고 나면 어느새 5시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매주 하는 일이지만 할머니들 목욕이 끝나면 몸은 녹초가 된다. 팔이 쑤시고 손이 부르트기 일쑤다. 하지만 문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눈망울이 떠올라 피곤할 겨를이 없다.

"목욕을 다 끝내고 나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참 편해져요. 오히려 제가 할머니들 덕을 보고 있는 것이지요."
외부에 알려지기 싫다며 어렵게 기자를 만난 김씨가 쑥스러워하며 한 말이다.

그는 "어머니는 저를 낳자마자, 아버지는 전쟁통에 돌아가셔서 부모 없는 저를 큰어머니가 거두어 주셨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공짜로 태어나 공짜로 자랐으니 살면서 차근차근 갚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제는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해야지` 하고 철이 들 무렵 큰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는 김씨는 "나는 효도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그에게 노인회관의 모든 어르신들이 효도할 어머니인 셈이다.
맨손으로 할머니 등을 밀어드리다가 살가운 정이 들었던지 김씨는 노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 상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김씨는 매주 찾아오던 할머니가 어느 날 안 보이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런 경우는 돌아가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가 목욕시켜드린 날 집에 가서 그대로 눈 감으신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매번 씻겨드릴 때마다 소홀히 할 수가 없죠. 이번이 마지막일까봐요."

처음 봉사하러 온 사람들은 노인들 냄새를 견디다 못해 그만두기도 하지만 김씨 자신은 축농증 때문에 냄새를 잘 못 맡아 목욕봉사에는 `딱`이라며 웃었다.

<김은정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역시 윤선 자매는 이런 글을 잘 올리네요.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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